보도자료 [기고] 품바축제와 함께하는 자원봉사 이야기(25. 6. 16. 중부일보) 작성일 202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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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충북 음성의 작은 마을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큰 웃음과 따뜻한 나눔이 피어난다. 바로 음성꽃동네 품바축제이다. 이 축제는 해마다 5월 셋째 주를 전후해 열리지만, 올해는 대통령 선거 일정과 겹치며 부득이하게 6월로 연기되었고, 지난 11일 그 따뜻한 막이 올랐다. ‘웃음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믿음 아래, 음성꽃동네에는 자원봉사복을 입은 다양한 단체 자원봉사자들과 노숙인들이 어우러져 축제장을 가득 채우고, 공연과 장터, 기부와 나눔이 한데 어우러져 삶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는 자리였다.
이 축제는 서울 꽃동네와 경기도교육자원봉사단체협의회가 공동 주관하며, 다년간 봉사와 나눔을 실천해온 기관과 시민사회단체, 학생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가는 ‘참여형 공동체 축제’이다. 특히 서울역과 수원역 등지에서 무료 급식 봉사를 하던 자원봉사자들과 노숙인 1천여 명이 맺은 인연에서 비롯된 이 축제는, 거리에서 피어난 우정이 매년 꽃동네에서 따뜻한 웃음으로 피어나는 살아 있는 나눔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이 축제는 2009년 서울 꽃동네에서 첫 발걸음을 뗀 이후, 자원봉사자들과 노숙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 축제로 발전해왔다. 서울역과 수원역 일대에서 급식 봉사를 하던 이들이 "함께 웃는 세상"을 꿈꾸며 시작한 이 축제는, 2013년부터는 충북 음성꽃동네로 자리를 옮겨 매년 이어져 오고 있으며, 올해로 제17회를 맞이하였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비대면 나눔으로 전환되었고, 최근에는 청소년 자원봉사자들과 교육기관, 시민단체들의 참여가 더해지며 자원봉사의 교육적·사회적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전국 규모의 자원봉사 축제로 자리 잡았다.
자원봉사자와 노숙인들이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는 품바축제는, 단순한 지역 문화행사를 넘어선 공존과 회복의 상징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자원봉사자들이 어울려 일하고, 참여하는 노숙인들도 ‘도움 받는 대상’이 아닌 ‘함께 만드는 주체’로 존중받는다. 이 축제는 그 자체로 삶의 격차를 허무는 장이 된다.
이 축제의 또 다른 주인공은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다. 해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교통정리부터 행사 안내, 학교별 노숙인 참여 다양한 체험 부스 운영활동, 환경 정비까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의 얼굴엔 피곤함보다 오히려 뿌듯함이 가득하다. 자원봉사를 통해 배우는 공동체 정신과 공감 능력은 교실 안에서는 얻기 어려운 소중한 ‘삶의 수업’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청소년 자원봉사 참여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교육과정의 변화, 봉사시간 인증 시스템의 개편,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대면 활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학생들이 마음만큼 쉽게 봉사현장을 찾지 못하는 현실이다. 일회성 인증 중심의 봉사활동 시스템은 자발성과 공동체성을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제는 다시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 자원봉사는 특정 시간에만 하는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자 생활의 일부이어야 한다. 특히 청소년기부터 ‘나보다 타인을 위한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경험은, 향후 어떤 진로를 걷든 인간적 품격과 책임의식을 갖춘 성인으로 성장하게 하는 토양이 된다.
품바축제는 그런 점에서 단순한 지역축제를 넘어, 자원봉사의 사회화와 인성교육의 장이다. 학생들은 이 축제를 통해 낯선 이웃과 눈을 마주치고, 작은 수고로 큰 감동을 전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의 가치를 체감한다. 이러한 체험은 교과서 한 줄보다 깊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제 자원봉사는 선택이 아닌 ‘공존의 습관’으로 키워가야 할 시대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자원봉사의 기회와 플랫폼을 보다 다양화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봉사를 일회성 실적이 아닌 교육과 연계된 지속적 활동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과 의지, 학부모들과 함께 교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올해 품바축제의 구호는 "함께 웃는 세상, 나눔으로 피어나다"이다. 그 말처럼, 웃음이 필요한 시대일수록 우리 사회는 더 많은 자원봉사와 연대의 손길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다시 거리로 나올 수 있도록, 그 따뜻한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는 어른들의 역할이 절실하다.
지금 이 순간, 자원봉사로 삶을 채워나가는 이들의 이야기야말로 우리가 품바축제를 통해 되새겨야 할 가장 값진 메시지이다.
현수 직업교육정책연구소장 / 경기교육자원봉사단체협의회 대외협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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