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은 여행작가의 미리가는 K-페스티벌-22] 충북 음성 품바축제(25. 5. 12. 일요서울) >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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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김경은 여행작가의 미리가는 K-페스티벌-22] 충북 음성 품바축제(25. 5. 12. 일요서울) 작성일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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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 얼씨구절씨구 들어간다. / 하~ 얼씨구절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일자 한자나 들고나보니 일월이 송송 허 송송 밤중 샛별이 완연하다. 이자나 한자나 들고나 보니~~~~~.”

시골장터에 빠지지 않는 구경거리가 있다. 시장 모퉁이에서 호객하는 품바의 엿장수 공연이다. 벙거지 모자와 누더기 옷차림에 요란한 분장을 한 품새가 우스꽝스럽다. 가위장단에 맞춰 청산유수로 뽑아내는 각설이타령은 최고의 볼거리다. 허기진 배를 채워달라는 동냥아치의 호소가 애절하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야박한 세상 던지는 야유 통쾌
- 음성축제 걸인을 거두며 살았던 고 최귀동 할아버지의 숭고한 삶 밀접
- 본래 각설(覺設) 조선 불교의 비밀 결사조직 멤버

그렇지만 슬프지 않다. 오히려 흥겹다. 야박한 세상에 던지는 야유가 통쾌하다. 쾌감이 커질수록 어깨의 들썩임도 커진다. 구경군은 서슴지 않고 지갑을 연다. 엿을 먹고 싶어서가 아니다. 웃음을 사가는 대가다. 단순히 웃음을 사는 게 아니다. 품바와 공유하는 비애감과 울분을 나누는 것이다.

‘무안각설이품바큰잔치’와 ‘음성품바축제’ 전국 유명

그러나 품바 엿장수의 가위장단도 옛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산골장터에서도 품바 타령을 거의 들을 수 없다. 품바 경연대회를 여는 축제장에서나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가 됐다. 가장 유명한 품바경연으로는 ‘무안각설이품바큰잔치’와 ‘음성품바축제’가 있다. 전남 무안은 ‘각설이 고향’이다. 무안은 565년 전 최초의 각설이가 무안 일로장에서 춤과 노래 사설로 조선 조정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불교 교리를 설파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전남 무안이야 그런 역사성 있다고 치자. 충북 음성은 품바와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일까.

음성품바축제는 걸인을 거두며 살았던 고 최귀동 할아버지의 숭고한 삶과 관계가 있다. 어느 날 음성 무극성당 오웅진 주임신부가 동냥밥을 챙겨 가는 한 할아버지를 뒤쫓았다. 무극천 다리 밑에는 구걸조차 할 수 없는 중환자와 노인, 18명이 최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웅진 신부는 이런 헌신이 무려 40년 동안 이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예수의 삶’,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오웅진 신부는 걸인을 위한 보금자리(사랑의 집, ‘꽃동네’의 전신)를 만들었다. 거기서 고인이 된 ‘거지성자’(최귀동 할아버지)를 기리는 행사가 기획됐다. 1999년 시작된 음성품바축제다. 음성품바축제의 정신적 근간은 사랑과 나눔이다. 그래서 음성품바축제는 장돌뱅이 놀음과는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음성 품바’는 사랑을 베푸는 자다. 음성품바축제는 공동체의 사랑잔치이자 정신문화 페스티벌이다.

현대인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산다. 하지만 늘 허전하다. 정신적 결핍을 벗어날 수 없어서다. 정신적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음성품바축제엔 그 치료제가 있다. 품바가 던지는 풍자와 해학이다. ‘음성 품바’가 빠뜨리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밥을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오웅진 신부 말씀이다. 이 말씀이 바로 음성품바축제의 명제이자 주제이다.

“밥을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

지나친 의미 부여라고 비판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품바’라는 단어에 국한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성을 곁들인다면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품바는 각설이가 부른 노래의 오역(?)이다. 본래의 의미는 품바란 타령의 장단을 맞추고 흥을 돋우는 소리(신재효 선생의 한국 판소리 전집)를 뜻한다. 그것이 1980년대에 바뀌었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직후까지 전국 장터를 떠돌며 사는 각설이를 다룬 창극, ‘연극 품바’가 대히트를 쳤다. 어느 순간 품바가 각설이로 대체됐다. 오일장과 축제장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는 장돌뱅이들이 스스로를 품바로 불렀다. 일반 시민도 그렇게 인식했다.

본래 각설(覺設)이는 조선 불교의 비밀 결사조직 멤버였다. 각 마을을 돌며 성리학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조선 조정을 비판하고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반동 지식인’이었다. 그들은 해학과 풍자로 유교 사상과 조선의 지배계급을 비판했다. 그것도 백성의 눈높이에 맞춘 춤과 노래로 재미를 곁들였다.

유교가 국시인 조선에서 그들은 눈엣가시였다. 탁발(동냥)하는 각설이를 걸인이나 백정으로 치부했다. 조정에서 붙인 ‘공식적 칭호’는 ‘작악걸자(作樂乞者)’이다. 노래를 지어 부르며 구걸하는 무리라는 뜻이다. 백성과 격리시키기 위해 불온 세력으로 낙인찍은 것이다. 탄압과 멸시를 견뎌내지 못한 각설이들은 살길을 모색했다. 포교를 포기했다. 공연만을 선택했다. 세상을 바꾸는 꿈을 버리고 생존을 위한 기예만을 행했다. 멸시나 학대, 울분과 억울함을 한으로 승화시킨 각설이의 소리와 춤이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각설이는 유랑예인 즉 버스커(busker·길거리 공연자)로 역할이 바뀐다. 사실상 사당패, 걸립패, 남사당, 대광대패, 솟대쟁이패, 무동패, 탈놀음패 등과 같은 유랑극단의 원조였다. 유랑극단이 품바축제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품바 축제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난한 민초의 삶을 대변했던 각설이를 재조명하고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명맥을 잇는 통로로 역할을 하게 됐다.

26회째 축제...6.11일부터 15일까지 설성공원 일대

이젠 음성품바축제로 들어가 보자. 올해로 26회째를 맞는 음성품바축제는 오는 6월 11일부터 15일까지 설성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조기 대선으로 일정이 보름가량 늦춰졌다. 시간을 번 만큼 더 알찬 축제를 만들기에 음성군민이 힘을 모으고 있다. ‘음성은 품바지!’라는 2025년 축제 슬로건에 어울리는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 젊은 세대의 참여를 유도하며 축제 붐을 조성하기 위한 홍보 활동도 열심이다. 공무원은 이미 홍보요원이 됐다. 직접 제작한 품바 의상이 근무복이다. 음성군 9개 읍면 주민은 전국 품바 길놀이 퍼레이드와 단체 플래시 몹 퍼포먼스 연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축제 기간에는 품바타령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연과 경연이 펼쳐진다. 전국 품바 길놀이 퍼레이드로 축제의 문이 열린다. △음성N품바 경연대회 △전국 청소년 댄스 퍼포먼스 대회, ‘PUMBA’ △전국 품바 가요제 △전국 품바왕 선발대회 △품바하우스 짓기 경연대회 등 ‘품바난장’이 벌어진다. 설성공원 주 무대에서는 전통 품바타령과 주제공연이 펼쳐지고 MZ 존이 신설되어 랩과, 청소년, 학생 공연 등 젊음의 감각까지 아우를 예정이다.

5일간 야외음악당, 천변 무대, MZ 존 세 곳의 무대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설성공원과 음성천 사이 수정교 아래로 마련된 천변무대에서는 품바 라이브, 길놀이 프린지, 품바 래퍼, 품바댄서, 품바 패션 등이 하루 3~5회 공연이 펼쳐진다.

전국 품바 가요제, 품바왕 선발대회 이벤트 ‘풍성’

음성품바축제에는 다른 축제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게 있다. 공연자만이 아니라 관람객과 여행객에게 ‘품바’가 되는 권리가 주어진다. ‘품바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일상에서의 이탈이 허용된다. 모르는 사람과 막걸리를 나눠 먹을 수도 있다. 품바의 집에 들어가서 한 숨 늘어지게 자도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다. 품바의 한과 설움을 풀어내고, 그것을 웃음과 사랑의 나눔으로 함께 하고 싶다면 음성품바축제만한 곳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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